과제의 범위를 좁힐 수록 AI는 더 똑똑해 진다.
1950년 대에 앨런 튜링 Alan Turing이 제안한 튜링 테스트 Turing test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지능 수준을 측정하는 유명한 표준이 됐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인간과 대화를 나누었을 때 대략 3분의 1 정도의 인간이 상대를 컴퓨터가 아니라 인간으로 생각하면, 해당 프로그램은 전형적인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것이다.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것을 어느 알고리즘이 인간 수준의 지능을 달성했고 어쩌면 자각까지 가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수많은 SF 소설과 영화들, 그러니까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엑스 마키나 Ex Machina>, <바이센터니얼 맨 Bicentennial Man> 과 그 밖의 많은 작품에는 튜링 테스트를 통과해 '인간성'을 증명한, 발전된 범용 인공지능이 등장한다.
그러나 실제로 튜링 테스트는 알고리즘의 지능을 측정하기에 좋은 기준이 아니다. 먼저 그 한가지 이유로, 대화의 주제를 충분히 좁힐 수 있다면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 점을 테스트하려고 내가 홀푸드Whole Foods Market의 채팅 로봇과 대화를 나눠 봤다.
홀푸트 : 엔터, 안녕하세요! 저희가 재료만큼이나 간단한 조리법을 찾을 수 있게 도와드릴게요.
나 : 파스타 조리법이 있을까요?
홀푸드 : 조리법 게시 : '고수가 들어간 파스타'
나 : 완두콩으로도 파스타를 만들 수 있을까요?
홀푸드 : 조리법 게시 : '완두콩 파스타'
나 : 아보카도를 이용한 다른 조리법을 알려주세요. 파스타 말고요.
홀푸드 : 조리법 개시 : '올리브와 고수를 넣은 아보카드 살사'
이쯤 되면 대화가 좀 애매모호하다. 내가 대화를 나눈 대상은 구체적으로 자신이 사람인지 봇인지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리법을 제시해 답해줄 수 있는 질문들에 충분히 잘 대처했다. 하지만 이 포맷을 벗어나자 AI는 정체를 드러냈다.
나 : 아보카도가 익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홀푸드 : 조리법 게시 : '아메다메 파스타'
나 : 좋아하는 스타워즈 캐릭터 있으세요?
홀푸드 : 조리법 게시 : '폴렌타와 만체고 새우 볶음'
고객 서비스에 챗팅 AI를 사용하고자 할 때, 기업들은 이런 전략을 사용한다. AI임을 밝히기 보다는 AI가 침착성을 유지할 수 있는 화제에 대화를 국한시키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가 인간인 직원일 수도 있다면, 화제를 벗어난 이상한 질문으로 상대를 테스트해 보는 것은 무례한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고객이 정해진 화제를 유지하려 한다고 해도 그 화제가 너무 광범위하다면 AI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2015년 8월 부터 페이스북은(현재는 메타) M이라고 하는 AI 챗봇을 만들려고 했다.
호텔 예약, 영화표 예매, 식당추천 등에 활용하려고 한 것이다. 처음에는 어려운 질문은 직원이 처리하도록 하여, 알고리즘이 학습할 수 있는 사례를 많이 생성하려고 했다. 마침내 페이스북은 알고리즘이 어려운 질문도 스스로 처리할 수 있을 수준의 데이터가 확보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M에게 무엇이든 자유롭게 질문해도 된다고 했더니, 고객들의 질문 수준이 진짜 '아무거나'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일 날씨를 물어보다가 갑자기 '갈만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있나요?' 라고 붇고, 그 다음에는 이민자 문제에 대해 물어보며 조금 후에는 자기 결혼식 준비를 해달라고 질문했다..... (아 이건 진심 선을 넘었지....)
M은 이러한 요청을 성공적으로 처리했다. 인간에게 처리해 달라고 넘겼으니 말이다........
M을 도입하고 몇 년이 흐른 뒤 페이스북(현 메타)은 자사의 알고리즘이 아직도 인간의 도움이 너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2018년 페이스북은 이 서비스를 폐지했다....
인간이 말할 수 있는 것, 물어볼 수 있는 것을 모두 처리하는 것은 아주 광범위한 주제다. AI의 정신 능력은 인간의 지능에 비교하면 아직 지극히 모자라다. 과제의 범위가 넓어지면 AI는 헤매기 시작한다.
따라서 AI 연구자들은 좁은 AI artificieal narrow intelligence, ANI와 범용 A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를 구분하려고 하는 것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좁은 AI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유형의 인공지능이고, 범용 AI는 책이나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유형의 인공지능이다. 우리는 스카이넷(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핵전쟁을 일으켜 인간을 말살하려 했던 AI)이나 할(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인간들을 관찰하고 감시하는 AI)같은 초지능 컴퓨터나 Data 소령(TV나 영화 스타트렉 시리즈에 나오는 안드로이드 장교) 기타 아주 인간적인 로봇들의 이야기에 익숙하다. 이들 이야기에 나오는 AI는 인간감정의 미세한 부분들을 이해하는 데는 애를 먹지만,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대상과 상황을 이해하고 거기에 반응할 수 있다. 범용 AI는 체스 게임에서 인간을 이기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케이크를 구울 수 있다. 그리고 범용 AI는 순전히 SF에나 나오는 것으로서, 현실이 되려면 아직 수십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데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한 예로 체스나 바둑에서 인간을 이겼다며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알고리즘들은 단일한 특정 과제에서만 인간을 능가할 뿐이다.
기계가 특정 과제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지는 꽤 됐다. 계산기는 나눗셈 수행에서 늘 인간의 능력을 능가해 왔지만, 계단 하나도 내려오지 못한다.
범용 AI | 좁은 AI |
* 초콜릿 크루아상을 구울 수 있다. * 80종의 개를 찾아내서 쓰다듬을 수 있다. * 기린의 수를 셀 수 있다. * 드라마 여섯 시즌의 내용을 요약할 수 있다. * 탄도 궤적을 계산할 수 있다. |
* 감귤류 다섯 종을 구별할 수 있다. |
다음 이야기에서는 AI가 운전을해도 될까? 자율주행에 관련하여 이야기를 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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